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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문학

1984 #조지 오웰 # 3대 디스토피아 소설

 

<1984> 조지 오웰

 

<1894>는 조지 오웰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리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예브게니 자먀찐의 <우리들>과 함께 3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왠지 멋진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울한 내용의 콘텐츠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작년에 <멋진 신세계>를 무척 인상 깊게 본 터라 <1984> 역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4>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해다. 현재 기준으로는 과거이지만 조지 오웰이 이 소설을 출간한 1949년 기준으로는 35년 뒤의 미래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보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과학기술이 요구되는 '텔레스크린'과 같은 장비가 소설에 등장하기도 한다. (1984년이라는 배경은 소설 집필 당시인 1948년에서 약간 변화를 줬다고 한다.)

 

"포스터에는 폭이 1미터가 넘는 커다란 얼굴만 그려져 있었다. 까만 콧수염이 덥수룩한 호남형의 그 남자는 마흔댓 살쯤 되어 보였다. ···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얼굴 밑에 적혀 있었다."

 

 

출처 : http://pixabay.com/ko/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3개의 초국가로 나뉘어 오랫동안 전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윈스턴은 오세아니아의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영국에 있는 런던이 왜 오세아니아인지 의아하겠지만 소설에서 초국가들의 명칭은 현재의 대륙 명칭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세아니아는 '빅브라더'와 당이 모든 인간을 철저하게 감시/통제하고 있는 전체주의 사회다.

당은 항상 옳기 때문에 모든 인쇄물은 당의 의지에 따라 수정/조작되고, 윈스턴은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평범한 당원이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모든 자유와 인간성을 말살하고 있는 빅브라더에 대한 증오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믿고 있다. 비록 적극적인 행동이 아닌, 몰래 노트에 생각을 표출하는 정도이지만 발각된다면 분명히 체포되어 처형될 것이다. 이후 줄리아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이 역시 있어서는 안 될 금지된 행위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당은 이러한 윈스턴의 일거수일투족을 오랫동안 감시하고 있었고 결국 윈스턴을 사상범으로 체포한다.

 

지독한 고문과 심문이 이어진다. 고문으로 인해 윈스턴은 자신의 행동, 그리고 사상과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고백하고 당을 따를 것을 약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백을 받아내거나 단순히 목숨을 빼앗는 것은 당의 목적이 아니다. 당이 진정 원하는 것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내뱉는 자백과 충성의 말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즉 윈스턴의 사상이 철저하고 완전하게 개조되어 진심으로 당과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형은 그다음이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지키던 윈스턴은 결국 101호실에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

 

윈스턴은 석방되었다. 고문으로 몰골이 된 몸에는 어느덧 살이 붙고 다시금 건강을 되찾았다. 윈스턴은 늘 가던 카페에서 술을 마시다 텔레스크린에서 나오는 오세아니아의 전쟁 승리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군중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환호성이 잦아들자 과거의 모든 것을 용서받고 영혼이 깨끗해진 윈스턴은 행복한 몽상에 빠졌다. 그리고 그때, 진심으로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윈스턴의 머리에 총알이 들어와 박힌다.

 

"윈스턴은 빅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그 검은 콧수염 속에 숨겨진 미소의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4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오, 잔인하고 부질없는 오해여! 오, 저 사랑이 가득한 품을 떠나 고집을 부리며 지내 온 유랑의 삶이여! ··· 투쟁은 드디어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만약 영화였다면 이런 엔딩으로는 작품상을 받았을지언정 절대 상업적으로 흥행하진 못했을 것이다.(적어도 나는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윈스턴이 마지막까지 의지를 꺽지 않은 채 죽음을 맞고, 이후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켜 빅브라더와 당을 무너뜨리는 해피 앤딩으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윈스턴이 조력자를 만나 탈출 후 직접 혁명을 일으키던가. 하지만 <1984>의 엔딩은 매우 암울하고 허무하다.

 

행동뿐 아니라 생각, 사상의 자유까지 완벽히 억압되고 통제되는 사회라면 인간으로서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오세아니아처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행동과 사상이 통제되고 자유가 억압된 사회를 살아본 부모님 세대는 이 책을 어떻게 느낄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개인의 정보와 신상을 알아낼 수 있는 현대 사회는 감시와 통제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사회일까?

 

<1984>는 가상의 전체주의 사회를 보여주며 권력이 사람들을 어떻게, 어느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신어 ※ 

소설에서 당은 언어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을 통제하고자한다. 사람들의 생각을 제한하기 위해, 여러 복잡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없애고 새로운 단어, 즉, 신어를 만들어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혁명', '자유'라는 단어가 없다면 그러한 개념도 없을 것이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생각할 수 조차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에 기반한다는 조지 오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