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 특히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평생 '나'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살지만, 다양한 삶, 내가 해보지 못 한 경험을 책 속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가슴 아픈 사랑을 경험할 수도 있고, 예술가의 고뇌를 느껴볼 수도 있다. 비록 모태솔로의 평범한 회사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이나 기욤 뮈소 같은 작가의 사랑이야기를 읽고는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찰해보기도하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은 뒤에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우주는 어떻게 생겼고 우리는 어디서 온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책은, 그림, 음악과 같은 예술뿐 아니라 봄바람, 낙엽, 첫눈과 같이 바쁜 삶 속 우리 주변에서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갔던 많은 순간과 대상을 좀 더 감성적이고 낭만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제목이 정직하다. 말 그대로 'Fifty People', 5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실제 세어보면 51명이지만.) 50명의 주인공 또는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구성이다. 각 챕터의 제목은 인물들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책 한권에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니 큰 에피소드 없이 가벼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겠지만, 이 책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의 주된 배경은 수도권의 병원인데 이 50명은 모두 크고 작게 이병원과 관련되어 있다. 실제 병원에서 근무하거나, 병원에 입원을 했거나, 병원 주변에서 살고 있거나.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50여 명의 사람들. 하지만 이들의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비록 본인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본인 이름의 챕터에서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주인공이지만 다른 이의 챕터에서는 여러 친구 중 하나이거나 가끔 소식을 듣는 친적 정도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그리고 사람들'은 정말 이 소설을 멋지게 마무리한다. 반전 소설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집접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굳이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주말임에도 노트북을 메고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사람, 카페에서 혼자 심각한 얼굴로 사색에 잠긴 사람, 놀이터에서 세상 걱정 없이 뛰노는 어린이들. 내 인생에서는 특별한 역할이 없는 엑스트라지만 다 각자가 주인공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나랑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삶은 한층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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