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쉽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살아간다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기 때문에 삶은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내 뜻대로 살 수만은 없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게 인간이기에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는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표현이 이후 변역 과정에서 변형된 것이다. 그렇다. 타인과 함께하지 않고는 의식주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존재, 타인과 더불어 살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 우리는 정치적 동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정치적 동물의 길>은 바로 그러한 삶과 정치에로 초청하는 작은 손짓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프롤로그 中
오히려 쉬운 답이 있는 것처럼, 자기는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문제 뒤에 어떤 거대한 음모가 존재하고 그 음모가만 없애면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문제의 원인만 쉽게 도려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다른 사람은 무관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막연하게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퉁치는 사람, 자기는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약을 파는 사람을 경계해야한다. 모든 대안은 그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 일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는 사람, 기회비용까지 고려학 있는 사람,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러기에 다음 세대만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양질의 선택지를 마련해주려는 사람 말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마 이미 소진되어버렸음을 인정하면서.
P 259
타인의 수단으로 동원되기를 거부하고,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일을 넘어, 타성에 젖지 않은 채, 생각의 모험에 기꺼이 뛰어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터전이 바로 생각의 공화국이다.
P 298
정치에 무관심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즉, 일을 하고, 급여를 받고, 물건을 사는 등 타인과 더불어 사는 진정한 정치적 동물이 되면서부터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자,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니 이제 난 저자가 말하는, 이 사회에서 책임있는 인간이 된 것인가? 이른바 '무임승차자'까지는 아니지만 책임있는 공화국의 시민이 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넘쳐난다. 이 모든 것에 정치가 있다.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유능한 누군가에 의해 일순간 해결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 모두 이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공화국의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일전에 한 TV 프로의 패널이 '우리의 정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잘 해왔다.'라는 말을 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군사독재와 민주화를 거쳐 지금까지 온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정치가 이른바 '우상향'했다는 데에 동의한다. 이 우상향이 바로 책임있는 시민들이 천천히 개선해 나간 우리의 정치, 우리 세속의 삶일 것이다.
저자는 정치라는 어려운 주제를 개성 있고 위트 있는 문체로 부담스럽게 않게 다루고 있으며, 여러 소설과 영화, 드라마와 같은 매개를 통해 접근하여 보다 쉽게 정치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더 이상 우리의 정치는 썩었다며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정치적 동물'임을 자각하고, 정치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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