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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인문.교양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아들러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산 기억은 없지만 오래전부터 책장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책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자기계발서 느낌에 사실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었다. 자존감이 낮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편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몇 장 훑어보니 플라톤의 대화편처럼 두 인물 간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첫 페이지부터 읽어 내려가 보았다.


<출처 : https://pixabay.com/ko/>

"자네가 말한 인과관계에 관해 아들러는 '무늬만 인과법칙'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네. 원래는 어떤 인과관계도 없는 것을, 마치 중대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납득한다고 말이야. 며칠 전에도 "내가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이혼한 탓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네. 프로이트의 원인론 관점에서 보자면 부모의 이혼은 큰 트라우마이자 그 사람의 결혼관과 밀접한 인과관계에 놓여 있지. 하지만 아들러는 목적론 입장에서 그것을 '무늬만 인과법칙'이라며 경계했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력이 높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쉽게 성공한다고요! 선생님도 그 정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아시잖아요."

 

"문제는 그런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느냐 하는 걸세. 가령 자네가 '나는 학력이 낮아서 성공할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봐야겠지."

 

"성공하고 싶지 않다고요? 무슨 논리로요?"

 

"간단히 말해 한 발 앞으로 내미는 것이 무서운 거지. 현실적인 노력을 하고싶지 않다. 지금 누리고 있는 즐거움-예를 들면 놀거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희생해서까지 변하고 싶지 않다. 즉, 생활양식을 바꿀 '용기'가 없는 거라네. 다소 불만스럽고 부자유스럽지만 지금 이대로가 더 편한 거지."


"자네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네. 나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아니, 그건 너무 이기적인 논리에요. 나만 생각하고 독선적으로 살라는 말씀입니까?"

 

"유대교 교리를 보면 이런 말이 있네. "내가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준단 말인가?" 자네는 자네만의 인생을 살고 있어. 누구를 위해 사느냐고 하면 당연히 자네를 위해 살아야겠지. 만약 자네가 자네를 위해 살지 못한다면 누가 자네의 인생을 살아준다는 말인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생각하며 사는 거라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선생님, 선생님은 역시 허무주의의 독에 물들어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나'를 생각하며 산다? 그래도 괜찮다고요? 그건 너무 비겁한 생각입니다!"

 

"허무주의가 아닐세. 오히려 반대지. 타인의 인정을 바라고 타인의 평가에만 신경을 기울이면, 끝내는 타인의 인생을 살게 된다네."

 

"무슨 뜻이죠?"

 

"인정받기를 바란 나머지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타인의 기대를 따라 살게 되지. 즉 진정한 자신을 버리고 타인의 인생을 살게 되는 거라네. 기억하게. 자네가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타인 역시 '자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세.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화를 내서는 안 돼. 그것이 당연하지."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 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네."

 

"분리해서, 어떻게 한다는 거죠?"

 

"타인의 과제에는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다. 그것뿐일세."

 

"음, 잘 모르겠네요. 대체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를 어떻게 구분하죠? 솔직히 제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알아서 공부하는 아이는 거의 없는 데다, 누가 뭐래도 부모는 보호자니까요."

 

"누구의 과제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네.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가인가?'를 생각하게. 만약 아이가 '공부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을 했을 때 그 결정이 가져올 결과-이를테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지망하는 학교에 불합격하는 등-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야. 아이란 말이지. 즉 공부는 아이의 과제일세."

 

"아뇨 아뇨,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인생의 선배이자 보호자이기도 한 부모에게는 아이에게 "공부해"라고 타이를 책임이 있어요. 이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지 과제를 침범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공부하는 것'은 아이의 과제일지 모르지만,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은 부모의 과제에요."

 

"세상 부모들은 흔히 '"너를 위해서야"라고 말하지. 하지만 부모들은 명백히 자신의 목적-세상의 이목이나 체면일지도 모르고, 지배욕일지도 모르지-을 만족시키기 위해 행동한다네. 즉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이고, 그 기만을 알아차렸기에 아이가 반발하는 걸세."

 

"그러면 아이가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아도 그것은 아이의 과제니까 방치하라는 겁니까?"

 

"여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네. 아들러 심리학은 방임주의를 권하는 게 아닐세. 방임이란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태도라네. 그게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켜보는 것. 공부에 관해 말하자면, 그것이 본인의 과제라는 것을 알리고, 만약 본인이 공부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를 전다는 걸세. 단 아이의 과제는 함부로 침범하지 말아야 하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


"과제를 분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하네. 우리는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에 대해서는 바꿀 수가 없어. 하지만 '주어진 것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내 힘으로 바꿀 수가 있네. 따라서 '바꿀 수 없는 것'에 주목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하란 말이지. 내가 말하는 자기수용이란 이런 거네."

 

"....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그래. 교환이 불가능함을 받아들이는 것. 있는 그대로의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낸다. 그것이 바로 자기 수용이야."

 


<출처 : https://pixabay.com/ko/>

이 책은 청년과 철학자,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아들러 심리학(개인 심리학)을 소개하는 내용이다.(아들러는 프로이드,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단순히 '아들러 심리학은 이런 내용입니다.' 가 아니라 '청년'의 입을 통해 여러 가지 의구심이나 반발, 궁금증이 제시되고 '철학자'의 비유와 답변으로 독자가 자연스럽게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독자적으로 공부했다면 다소 딱딱하고 어려웠을 내용들이 저자의 필터를 거쳐 이해하기 쉽게 소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은 8년 전에 처음 출판됐지만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이 세상에 나온 것은 약 100년이나 되었는데, 지금 세상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내용이라 조금 놀랐다. 거꾸로 당시에는 받아들여지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청년의 고민과 의구심은 대화를 통해 점차 해소되고,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청년의 생각과 흐름을 같이하게 된다. 물론 개인에 따라 모든 내용에 100% 동의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나 역시 철학자의 상세한 설명이나 예시를 듣고도 부분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었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다만 심리학의 거장 중 하나인 아들러의 생각은 충분히 흥미롭고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 동의할 수 있었다. 현실에 어려움이 많고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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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 교보문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 ★ 역대 최장기간 연속 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 2015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예스24 2015년 ‘올해의 책’ 1위! ★ 문화계 파워 100인이 선정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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