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있어 제목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제목만 보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집어 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인터넷에 간혹 'OOO에 관한 고찰'과 같은 제목으로, 별거 아니거나 단순한 주제에 대해 쓸데없이 진지하게 탐구하여 재미있게 쓴 글들을 본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도 '멍청함에 대한 고찰'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고찰을 하는 주체가 세계적인 학자들이며, 그 고찰이 매우 전문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겠다.
책은 저자인 장 프랑수와 마르미옹 외 29명의 학자들의 '멍청함'에 대한 짧은 글 또는 인터뷰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저명한 학자들이 "멍청함"과 "멍청이"에 대해 진지하고 탐구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유쾌하게 다가온다.
- 경고의 글(머릿말) 중 -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사람 누구나가 공유하는 것을 상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멍청함은 어떤가? 멍청함도 졸졸 흐르냐 세차게 흐르냐처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에든 존재한다. 멍청함에는 국경도, 한계도 없다.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적당한 멍청함이 있는가 하면 고인 구정물처럼 진저리 날 정도로 참기 힘든 멍청함도 있고,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지진이나 태풍, 해일처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멍청함도 있다. 더구나 우리 인간은 누구나 멍청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심적으로 혹은 환경적으로 익숙한 기준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여러분이 울고 있는데 눈치 없이 "안녕, 별일 없지?"라고 말하는 멍청이가 늘 있는 이유다.
멍청이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전략도 연구가 많이 되어 있다. 그중에는 자기만 그런것이 아니라고 우기는 멍청한 행위를 연구한 내용이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멍청한 인간은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잘못을 한다고 부풀려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왜 차를 멈추지 않았냐고 지적하면 그들은 이렇게 변명한다. "하지만 여기서 차를 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또는 자신도 이미 그런 생각을 했다며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사후 과잉 확신 편향) 멍청한 이들은 산부인과에서 "아들일 줄 알았어"라고 말하거나 "마크롱이 대통령이 될 줄 알았다니까"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여러분에게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라고 여러번 강조해서 말할 것이다. 멍청한 인간은 일부러 이러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뭐든 미리 알고 있는 신 같은 존재인가?
똑똑한 바보는 일반적인 의미의 바보와는 다르다. 그래서 해리 프랑크푸르트는 똑똑한 바보를 가리켜 '얼빠진 놈'이라고 불렀다. 얼빠진 놈은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관심 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인간이다.
생활하며 마주치는, 그리고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되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멍청이들이 많다. 이 책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으나, 정작 깨달은 것은 '나도 멍청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이미 수없이 멍청이가 된 적이 있었다.
멍청이는 단순히 지능이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든 편협한 생각, 쓸데없는 자존심,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 실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멍청이가 될 수 있다.
누구나 멍청이가 될 수 있다니 내 속에 내재되어있는 멍청함을 완전히 없애버릴수는 없을 듯 하다.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적어도 내 속의 멍청함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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