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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인문.교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 #지대넓얕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지음

 

"쉽고 재미있다."

책을 읽으며 줄곧 들었던 생각이다.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해도 남에게 쉽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그 내용을 깊이 있게,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관통하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는 여러 영역에 걸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넓은 영역을 다루는 대신 깊이를 얕게, 단순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이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여행의 안내서가 되기를 기대하며, 세부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를 통해 그림을 완성해 나가길 바란다고 한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5가지 영역인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교양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이 유치하고 수준이 낮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이러한 인문학적인 소양이 충분치 않은 상태였기에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머릿속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지식의 파편들이 이 책으로 인해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 지식이 부족하지만)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하며, 겉멋 때문에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다가는 금방 독서에 흥미를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 조금은 알고있지만 남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권력은 왜 발생했으며, 역사에 흐름에서 어떻게 이동했는지"

"초기/후기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공산주의를 무엇이 다른지"

"진보와 보수가 무엇인지"


"생산 수단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

원시 공산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이 없었으므로 권력 또한 없었다. 고대 노예제 사회와 중세 봉건 사회에서는 땅이 곡식을 재배할 수 있는 생산수단이었으며 이를 소유한 왕과 영주에게 권력이 있었다. 그리고 근대 자본주의 시대에는 공장과 자본이라는 생산수단을 가진 부르주아(자본가)가 권력을 가지게 된다.

 

"초기자본주의 → 후기자본주의 & 공산주의 → 신자유주의"

초기자본주의에서는 정부의 개입(세금)이 없어 시장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공급과잉의 문제에 직면했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더 큰 시장이 필요했고 식민지 경쟁이 치열했던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뒤늦은 산업화로 식민지를 확보하지 못한 독일에 의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후 다시 발생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인하 경쟁, 이로 인한 대공황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후기자본주의)으로,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버리고 공산주의로, 독일은 전쟁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후 세계는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냉전시대를 거쳐 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되면서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당신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은 보수,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면 진보. 이는 크게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너무 막연하며 주관적인 답변이다. 경제체계와 연계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현재의 세계를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현재의 세계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회가 안정적인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니, 그 문제는 사회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세계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찾는다. 왜냐하면 사회가 이미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정상적인 개인이라도 그 부조리한 상황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자, 그럼 우리가 안정적이다 또는 불안정하다고 말할 때의 그 세계는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신자유주의 사회, 즉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따라서 이 체계가 최선의 체제이므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바로 '보수' 혹은 '우파'이다. 보수란 안정 지향적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유지하려는 입장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하기만 했던 현실세계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어떻게 지금 내가 사는 사회가 만들어졌는지', '왜 자본주의(신자유주의)라는 경제체제를 적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런 문제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내 지적 수준이 살짝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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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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