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역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은 신화와 종교가 맡게 된다."
"현재 전해져 오는 역사서에는 당시 사회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역사는 결국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과 그 주위에 있는 이들의 행적이다. 따라서 시대별로 소수의 주요한 인물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역사는 매우 쉽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기원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II에서 다룬다.) 기록과 유적이 없거나 부족하던 시기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신화나 설화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지식이며, 그 자체로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양과 서양, 중국과 로마를 쉼없이 오가며 역사적으로 주요한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을 보여주는데, 이 책의 이런 차별화된 구성이 주는 효과가 분명 있다. 서양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을 때 동양의 상황은 어땠는지 알 수 있고,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은 인물들이 같은 해에 태어났거나 또는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 지구 반대편에서 동시대에 일어난 역사에 남을 큰 전쟁에 이름을 남긴 유방과 한니발은 동갑내기였다. 또한 이를 통해 그리스와 카르타고의 2차 포에니 전쟁과 항우와 유방이 초한전, 그리고 유방의 한나라 건국이 같은 시기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사자들은 평생 서로의 존재를 몰랐겠지만)
중국사와 서양사를 따로 봤을땐 서로 연관 짓지 못했을 인물과 사건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독자들이 역사를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바라보길 원했던 작가는 딱딱하지 않게, 쉬운 말투로 책을 썼다고 한다. 적어도 내게는 효과가 있었다. 사실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전문성이 가득 담기고 딱딱한 문장을 좋아할 이가 어디 있을까?
이러한 의도가 있어서 인지 역사서에서 필수적으로 다루지 않아도 될 '잡지식'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2차 페르시아 전쟁의 마라톤 전투에서 탄생한 '마라톤'이라는 종목이 전쟁에서 패배한 페르시아의 후손을 자처하는 이란에서는 금지되고 있다고한다. 그야말로 '잡지식'이지만 이런 잡지식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을 한 층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소였다.
비록 주요 사건들 위주로 서술하고 있지만 동서양의 역사를 모두 다루다보니 한 권으로는 기원전의 이야기까지 밖에 담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오히려 2권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브리치의 <곰브리치 세게사>나 네루의 <세계사 편력> 같은 역사 분야의 유명한 스테디셀러들과 비교해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낫다고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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