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자이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경제/경영에 관심이 있거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심심치 않게 들어보았을 것이다. 'ESG 경영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 같기는 한데 대체 ESG가 무엇일까?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쉽게 말해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일까?
[ESG란 무엇인가]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재무제표나 현금흐름과 같은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투자하겠다고 만든 기준이 바로 ESG이다.
ESG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먼저 등장한 개념이다. 과거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기업은 방법이야 어떻든 많은 돈을 벌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었다. CEO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든, 공장에서 폐수를 흘려 환경을 오염시키든, 직장 내에게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든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만 내준다면 투자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오로지 재무제표상의 실적이었다.
그런데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한 리먼 쇼크 이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등의 기후 이슈와 인종차별, 인권보호 등의 사회적 이슈까지 대두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차 강조됐다. 실적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기업 환경은 주주의 이익, 직원 복지에 대한 책임, 공공선에 대한 기여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했고, 소비자는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투자자들도 변화했다. 2020년 1월 초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 Rock)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ESG 성과가 나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했다. 그는 공개 서신을 통해 "앞으로는 투자 결정 시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겠다"라고 밝히면서 ESG 투자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제 투자자들은 투자결정 과정에 있어 재무정보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하게 됐다.
환경 (Environmental) | 기후변화 대응 탄소 배출, 에너지 효율, 재생 에너지 사용 자원 사용과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 |
사회 (Social) | 근로환경, 노사관계, 고용 평등 및 다양화 지역사회 기여 |
지배구조 (Governance) | 이사회 구조 및 다양성, 경영진 보수, 주주권리 보장 투명한 기업 운영 |
[ESG의 시작과 진화]
ESG의 역사는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공시 의무제를 차례로 도입하면서 개념이 정립된 것을 시초로 볼 수 있다. ESG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2004년 UNGC(UN Global Compact)와 20여 개의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Who Cares Wins> 보고서로, 기업의 ESG 성과가 중장기적 가치 창출 능력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ESG 성과 평가에 대한 관싱과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이후 2006년 UN이 제정한 '사회책임투자원칙(PRI :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ESG라는 용어가 반영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UN의 PRI가 EGS의 출발점이었다면, ESG를 산업 및 사회 전반에 확산시킨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2020년 초 공개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신(Letter)이다.
7조 달러(약 8120조 원)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다. 블랙록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핑크 회장은 해마다 투자 기업들의 최고경영자에게 서신을 보내는데, 글로벌 금융시장 최대 '큰손'이 보내는 편지 내용에 따라 전 세계 돈의 흐름이 변하므로 기업과 투자자들은 래리 핑크 회장의 서신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2020년 1월, 래리 핑크 회장은 연례 서신을 통해 '환경 지속가능성'을 향후 회사 운용의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며 "석탄 개발업체나 화석연료 생산 기업 등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ESG 우선주의'를 천명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전 세계 ESG 투자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ESG와 유사한 개념으로 CSR(Corpora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 다만 SCR은 '하면 좋은 것'으로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던 반면, ESG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계량화·정량화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ESG는 누가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 세계에서 기업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평가기관은 무려 125개 이상이다. 글로번 ESG 표준, 프레임워크, 데이터 공급업체까지 포함하면 ESG 관련 기관은 600개가 넘는다. (2020년 2월 기준)
대표적인 글로벌 ESG 평가기관에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서스테이널리틱스, 레피니티브, 로베코샘, 블룸버그 등이 있다. 국내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을 비롯해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있고 최근에는 언론기관, 신용평가사들, 온라인 전문 ESG 평가기관들도 ESG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125개 이상의 기관들이 각각의 데이터와 평가 방법으로 기업들을 분석해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ESG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결과치가 나오지만, 기준에 따라서는 다른 등급이 매겨지기도 한다.
수많은 평가기관들에서 발표한 지수들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MSCI와 블룸버그, S&P, 독일계 지수 개발사 솔랙티브, 영국의 FTSE 그룹에서 발표하는 ESG 지수를 많이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지수와 함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나 서스틴베스트의 ESG 등급을 활용하고 있다.
평가지표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평가 절차의 큰 흐름은 대부분 비슷하다. 기업 공시 및 감도기구, 지자체 등의 공시 자료와 뉴스, 각종 언론 등의 미디어 자료 등을 수합해 사전조사를 실시한다. 기초 데이터가 확보되면 이를 토대로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이 부분에서는 평가기관마다 독자적인 모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업 인터뷰 등의 정성 평가를 거쳐 등급 부여 및 조정을 하게 된다.
환경 (Environmental)
ESG 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은 지표는 환경분야이다.
환경 지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기후변화이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 정부 등은 탄소 제로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기후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진행돼왔지만 제대로 손을 쓰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생명과 경제에 심각한 영구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회(Social)
ESG 중 사회적 요인은 환경, 지배구조보다 리스크의 범위가 더 넓고 다양하다.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차원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사회적 리스크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지만 한 번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리스크는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잘못 관리하면 오랜 전통을 가진 업체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지배구조(Governance)
ESG 중 지배구조는 대중들에게는 다소 친숙하지 않은 개념을 수 있다. 기업 혹은 경영진이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외부 시작에서 감시하고 관리하도록 만든 시스템이 지배구조이다.
대다수 언론이나 투자자, 경영진들은 ESG 중에서 E(환경)나 S(사회)와 관련한 이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상당수 ESG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G, 지배구조라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그린, 환경 분야에 돈이 몰리는 'E'에 관심이 많고, 사회적 이슈나 기업 이미지에 민감한 언론 및 경영진들은 'S'에 관심이 몰린다. 하지만 E와 S를 위한 기업의 모든 활동은 결국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서 비롯되는데,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구조로 짜여야만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을 극복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G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E와 S, 두 요소는 진정성과 지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다.
국내외 기업들은 이제 ESG를 단순히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수준을 넘어 경영상 달성해야 할 구체적 목표로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환경과 사회 이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CEO 입장에서도 ESG는 선택이 아닌 경영에 있어 필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동안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해 온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선택'이었다면,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생존'으로 다가오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이 좋아도 ESG를 토대로 한 경영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소비자와 기관 투자자 등의 외면을 받고 이를 곧바로 기업의 존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벌었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느냐'가 될 것이다.
ESG에 대한 막연했던 개념이 어느정도 정리가 된 것 같다. ESG는 아직까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많지만,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고 또한 투자자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와 관련되어 있는 ESG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이해와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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